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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아주 옛날에 모래와 바람과 물로 가득찬 한 행성이 있었다.
바람 불 때마다 모래알이 태양빛을 가리고 물결은 바람을 맞아 찰랑찰랑 춤을 추었다. 아마도, 수백만년, 수억년동안 이 행성에서 끝없는 바람과 끝없는 파도가 오고 가며 대지에 말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러던 어느날, 그 흔적 속에서 무언가가 기지개를 켰다. '난 누구지?' '여긴 어디지?' 그 무언가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이름을 하나라고 정했다. 하나. 하나는 영원한 파도와 바람에 몸을 맞기며 대지를 떠돌아다녔다. 아마, 그것도 수백만년, 수억년 쯤 되었을 것이다. 따스한 태양을 끝없이 바라보던 하나는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혼자라는 것을. 태양을 받아 두근대는 자기 가슴 속의 따스한 기운이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작은 불꽃이라는 것도. 하나는 두려웠다. 그래서 하나는 작은 불꽃을 더 잘게 쪼개서 여기 저기에 숨겨놓기로 했다. 바람아 내 몸을 부숴다오. 물결아 내 몸을 쓸어다오. 태양아 내 몸을 지펴다오. 하나는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허공에 흩어졌다. 흩어진 하나의 부분 부분에는 아주 작고 따스한 불꽃 하나씩이 들어 있었다. 그 후 수십억년동안 하나의 작은 후손들은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저마다 그 불씨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오늘, 하나의 먼 후손 중 한명은 서울의 좁은 골방에서 다른 하나의 후손과 그 불씨를 나누고 있다. 뜨겁지만 데이지않게, 작지만 꺼지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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